
정말 추웠던 2025-2026 겨울 시즌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날씨가 많이 온화해진 현재 (2026.02.20) 정말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저기서 손짓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마냥 반가워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봄 환절기에 찾아오는 불청객 알러지 때문입니다. 특히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초입 때까지 알러지가 만연해지는 시기입니다. 일단 기온이 변화하면서 우리의 몸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지며, 그리고 여러 식물들의 개화하면서 꽃가루가 시나브로 공기 중에 스며들어 우리의 호흡 기계를 자극합니다.
물론 계절성 알러지 외에도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피부에 가려움을 유발하는 두드러기가 올라온다던가 특정 약물을 복용했을 때 눈 주변이 심하게 붓는다든가 여러 알러지 반응은 우리 주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땅콩버터 알러지로 기도가 심하게 부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왜! 실제 유해하지도 않은 물질에 이토록 과민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오늘은 사소한 귀찮음에서 심각한 치명성까지도 동반하는 알러지, 그 정체는 무엇이고 존재의 이유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알러지 반응의 실체
알러지 반응은 복잡다단한 반응으로 단순화시키긴 어렵지만 주요 기전만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단 알러지 반응은 면역반응의 일종입니다. 먼저 면역반응을 시작할 수 있는 특정 항원에 1차적으로 노출이 됩니다. 이때 도움 T세포 2형 (Th2)이 활성화되고, 다음으로 항체 생성에 관여하는 B세포로 신호가 전달되게 됩니다. 항체 중 IgE (Immunogloblin E) 가 생성이 되고 이들이 비만세포 (Mast cell)에 결합되게 됩니다. 그리고 (Few days later) 2차 항원 노출 시 항원이 비만세포 표면에 결합되어 있던 IgE에 결합되게 됩니다. 이어 비만세포 탈과립을 유도하고 그 안에 있던 히스타민 (histamine)을 유리시킵니다. 유리된 히스타민이 1형 히스타민 수용체에 결합되게 되면 점액의 분비를 증가시켜 호흡기계를 자극하거나, 피부를 가렵게 하거나 눈을 충혈시키는 등 여러 우리에게 익숙한 증상을 유발되게 됩니다.
대표적인 알러지 질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알러지성 비염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염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 빈번하게 유발되는 것이 알러지성 비염입니다. 꽃가루 또는 먼지 등에 의해 IgE를 매개로 시작되는 면역반응에 의해 내부 점막이 붓고 분비물이 많아지며 제대로 관리를 안 하면 만성 비염 또는 축농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사한 면역반응으로 유발되는 알러지성 두드러기와 결막염이 있습니다. 가려움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며 위의 모든 질환이 봄 환절기에 흔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알러지 반응 뒤에도 복잡한 기전들이 관여하고 있고 여러 유형들이 존재하며,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본 글에서는 단순화하여 이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그림1. 도식화한 알러지 반응
알러지 반응의 진화
알러지 반응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기생충 감염을 막기 위한 방어기전으로 생각되어져 오고 있습니다. 실제 알러지에 의해 설사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내 알러지 반응은 점막분비를 촉진시키고 장운동을 증가시키며, 즉 기생충을 몸 밖으로 빨리 배출하는 기전을 활성화시킵니다 (설사와 같은 반응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또한 알러지 반응에 깊게 관여하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호산구 (eosinophil)가 활성화되고, 또한 IgE 매개 세포독성이 발동되어 기생충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게 됩니다. 기생충을 구성하는 성분을 살펴보면 특정 단백질과 다당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성분들이 알러지성 면역반응을 견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알러지 반응은 우리 선조들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생충 감염을 방어할 수 있는 중요한 방어기전 중 하나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 생각해 보면 호흡기계의 알러지 반응,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를 하는 반응도 외부에서 뭔가 해로운 균등이 침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고, 피부 두드러기와 결막염과 같은 증세는 경고의 일종으로 작용하여 특정 장소를 피해야 한다는 사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의약학 기술이 발달되지 못한 시대에는 이러한 기전들이 날카롭게 담금질 당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감염이 바로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항생제나 해열제, 소염제가 불과 지난 100여 년 내에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호모사피엔스의 수십만 년의 역사를 고려할 때 알러지 반응의 강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알러지에 시달려야 하는가?!
우리는 현재 각종 알러지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때가 되면 찾아오고, 특정 약물 또는 식재료를 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알러지는 인류의 숙명이 되었을까요?
알러지를 보통 우리 면역체계의 과민반응 (hypersensitivity)이라고 표현하며, 염증은 과잉반응 (hyperactivity)라고 명명합니다. 둘 다 비정상적으로 과하게 반응하는 면역반응이나 표현을 보면 알겠지만 결이 약간은 다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대인들은 이 2가지 반응에 많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염증에 관한 내용은 더편한 2025년 3월 호를 참고하면 됩니다).
필자는 알러지를 면역체계가 쏘아 올린 “오발탄”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수십만년간 갈고닦은 대포가 현재 개점휴업 중입니다. 주변에서 기생충이 자랄 수 없을 만큼 환경이 개선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기생충 감염율이 2024년 기준 0.48%이며, 이 또한 도시에서는 더욱더 낮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또한 효과적인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넘쳐납니다. 각종 항생제와 해열제, 소염제 또한 구충제 등 오히려 약물의 남용을 걱정해야 할 수준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강력한 선조들의 면역 대포가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점점 이러한 무기들은 사용할 수 있는 자극을 갈구하게 됩니다. 약간이라도 기존의 알러지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물질을 확인하는 순간 그것이 기생충이 아니어도 바로 대포가 작동됩니다. 아! 오발탄입니다.
꽃가루, 땅콩버터 등 실제 인체에 무해하지는 않지만 그 구성성분인 단백과 다당류들은 우리 조상들의 점점 이러한 무기들은 사용할 수 있는 자극을 갈구하게 됩니다. 약간이라도 기존의 알러지 반응을 유도 대포를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물론 비교적 안정적인 대포 시스템을 물려 받은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불운을 피해 갑니다. 이렇게 알러지에 대해 정리를 하면서 필자는 먼저 이 땅에 살았던 호모사피엔스의 삶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알러지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알러지, 그래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
알러지 증상이 나타나면 주변 약국에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쉽게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각종 알러지를 억제할 수 있는 경구용 항히스타민제 외에 피부 증상을 완화하는 스테로이드 연고, 결막염을 완화하는 안약도 처방전 없이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알러지는 위에서 설명했듯이 몸이 기억하는 반응 중 하나이며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알러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알러지를 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알러지를 유발하는 물질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계절적으로 유발되는 알러지는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렵지만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기도가 붓고 호흡곤란 등 심각한 알러지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anaphylaxis)는 매우 드문 증상이긴 하지만 분명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절대 있으면 안 되는 일이지만 이러한 증상을 겪거나, 주변에서 이러한 증상이 관찰되게 되면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알러지 증상은 면역체계의 안정성 교란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항상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소재들이 알러지 영양제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먼저 장 건강 영양제들입니다. 유산균, 또는 유익균의 밥인 프리바이오틱스, 그리고 유익균의 대사산물인 포스트바이오틱스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들 모두 장내 미생물군총을 정상화하여 장 주변에 분포하는 면역세포들을 안정화해주게 됩니다.
그리고 비타민 D입니다. 비타민 D는 코로나 펜데믹 전후로 위상이 가장 높아진 비타민으로 뼈 건강뿐만 아니라 면역체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홍삼, 에키네시아, 베타글루칸과 같은 소재들도 면역균형을 잡아주는 효능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천연물 유래 물질인 퀘르세틴 (quercetin)이 알러지 반응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퀘르세틴은 연구가 가장 많이 되고 있는 쳔연물 유래 물질로 특히 면역체계의 균형을 유도하여 알러지 및 염증을 억제한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마치며
알러지는 오랫동안 스며들듯 찾아와 일상의 불편을 만드는 증상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때로는 우리 몸에 해롭지 않은 물질까지 과도하게 경계하게 만드는, 비합리적인 면역 반응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증상을 경험하는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알러지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선택된 전략의 흔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생충, 독소, 환경 속 유해 물질에 신속히 반응하도록 설계된 면역 시스템의 한 축이 바로 알러지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과민한 경계 시스템 덕분에 우리의 선조들은 더 많은 위협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우리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치료 옵션과 환경 관리 전략을 통해 알러지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생존을 위한 적응이었던 기전이, 환경이 바뀐 현대에서는 삶의 질을 저해하는 요소로 인식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 것입니다.
긴 진화의 맥락에서 보면 동일한 생물학적 현상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현상이든 단선적으로 판단하기보다, 항상 동전의 양면을 함께 바라볼 때 진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고맙지만 거리를 두고 싶은 존재, 알러지”
우리가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해야 할 면역 시스템의 한 단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