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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편한 매거진 · 2026년 5월호 · 회복력

회복력의 의미 : 채울 것인가 vs 비울 것인가

인체 모형과 저울을 가운데 두고 왼쪽에 음식·근육·뼈가 주황 화살표로, 오른쪽에 미토콘드리아·세포·분해된 근육과 뼈가 파란 화살표로 이어진 일러스트

들어가며

피로회복을 위해 비타민을 섭취하고, 관절 건강을 위해 콜라겐을 챙기고 또한 운동 후 단백질을 공급해 준다. 이 모든 행동의 전제는 하나다. “회복이란 무언가를 채우는 행위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현대의학이 직면한 가장 큰 질환들, 비만, 지방간, 암, 알츠하이머 병 등을 들여다보면, 위의 전제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이 질환들의 핵심 병태생리는 결핍이 아니라 축적 (accumulation)에 있기 때문이다. 비만 및 지방간은 과도한 지방의 축적에서 기인하며 암 또한 죽지 않는 비정상적인 세포들이 지속적으로 쌓여가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또한 알츠하이머 병 (Alzheimer’s disease)의 경우도 비정상적인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 (β-amyloid)와 인산화타우 (phosphate tau)의 비정상적인 누적에 따른 것이다. 물론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신경염증도 알츠하이머 병의 병리적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화작용 vs 이화작용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 방향은 다양하지만 그중에 영양소와 에너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2가지 반응이 있다. 먼저 동화작용이다. 동화작용 (Anabolism)이란 에너지를 소모하여 단순한 분자를 복잡한 분자로 조립하는 과정이다. 지방합성, 근육 단백질 합성, 콜라겐 형성, 뼈 재형성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화작용 (Catabolism)은 반대로 복잡한 분자를 분해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이며 지방산 산화, 해당작용 (포도당 분해), 자가포식 (autophagy) 등이 이 과정에 속한다. 자가포식이란 “스스로(auto)를 먹는다(phagy)”이다. 세포 내부의 손상된 단백질, 노화된 세포소기관, 응집된 이상물질을 제거하고 이를 다시 재활용하여 세포 항상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선택적 분해를 통한 신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작용이다. 이러한 작용은 이화작용의 일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동화는 무엇을 채워넣는 것이고 이화는 무엇을 비워내는 작용인 것이다. 예를 들어, 성장이 활발할 때는 동화작용이 활발해지고, 에너지가 필요할 때 강한 육체적 활동을 하거나 또는 영양소 섭취가 제한될 때 이화작용이 강해진다. 즉 “어떤 작용이 더 좋다, 나쁘다”라는 개념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두 작용이 적절하게 작동이 되야 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과잉 영양화 시대에 있어 이화작용이 강조되지만 동화작용이 적절히 일어나지 않으면 회복이 안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동화작용을 대표하는 호르몬은 인슐린 (insulin)이 있고, 효소는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HMG-CoA 환원효소 (reductase), 이화작용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cortisol)이고 효소는 AMPK이다.

동화작용 vs 이화작용, 누가 담당할까

인슐린은 혈중 포도당을 간세포, 근육세포 등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신체 내에 영양소들을 저장하면서 혹 외부에서 적절한 공급이 안될 경우에는 저장된 영양소를 사용하여 생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HMG-CoA 환원효소는 콜레스테롤을 합성하여 체내 필요한 부분에 공급한다.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경우 이 효소를 억제하는 약을 먹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콜레스테롤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지만 콜레스테롤은 우리 신체에 꼭 필요한 물질이며 성호르몬 등 생존에 필수적인 호르몬의 재료가 되면 세포막에 위치하여 세포막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코티솔은 스트레스가 있을 때 분비되는 효소로 체내 저장되어 있는 포도당 등을 혈중으로 꺼내로 이들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크게 보면 스트레스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지만, 이 호르몬이 장시간 분비되게 되면 면역체계의 항상성이 깨지거나 당뇨병 등이 유발될 수 있다. 오히려 동화작용의 스위치를 켜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AMPK (AMP-activated kinase)는 AMP (Adenosine monophosphate)라고 하는 물질이 많아지면 작동이 되는 효소이며 AMP는 우리 몸의 에너지 원인 ATP (Adenosine Triphosphate)가 에너지를 만들어내면 ATP→AMP (인산이 3개에서 2개를 잃어버리면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로 전환된다. 즉, AMP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의미이고 이때 우리 몸은 AMPK를 활성화시키게 된다. AMPK는 저장되어 있던 포도당 또는 지방을 분해하여 ATP를 보충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다이어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로 평가받고 있다.

자 그렇다면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동화작용과 이화작용은 어떻게 역할을 할까?

채워야 산다!!

첫 번째 피부 건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외선이나 노화가 원인이 되어 염증반응이 유발되고, 피부 밑을 받치고 있는 세포외기질 (Extracellular Matrix, ECM)에 존재하는 콜라겐, 히알루론산 등 물질들이 분해되어 피부 손상이 발생한다. 동시에 콜라겐의 합성도 저하되게 된다. 그리고 상처 회복의 과정에서도 동화작용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관절 건강이다.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의 주성분은 피부와는 종류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역시 콜라겐과 콘드로이틴, 글루코사민이며 또한 관절을 둘러쌓고 있는 공간에 함유된 관절액의 주성분은 히알루론산이다. 염증에 의해 이들의 분해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 관절 건강이 악화된다. 피부와 관절이 연결조직에 포함되어 있어 구성 성분들이 유사하다. 따라서 이 두 곳의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피부와 관절 건강을 지탱하는 생체고분자들을 합성을 해야 한다. 즉 동화작용을 촉진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사용이 증가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는 근감소증도 이와 결을 같이한다. 근감소증은 노화에 의해 근육 단백질의 합성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이 또한 근육을 생성시킬 수 있는 동화작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특히 여성들의 경우 갱년기 이후에 유병률이 급증하는 골다공증 또한 뼈를 형성하는 조골세포의 활성도는 감소하고 뼈를 분해하는 파골세포의 활성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생기는 질환으로 이화작용이 우세하여 유발된다고 볼 수 있다.

이들 동화작용이 필요한 질환의 경우는 회복의 개념이 “얼마나 다시 채워줄 수 있는가”가 관건으로 공급과 합성이 핵심이다. 콜라겐, 콘드로이틴, 단백질, 칼슘과 비타민 D의 보충이 필요하다.

비워야 산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만성질환의 대부분은 축적에서 시작된다.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간등에 축적이 되게 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유발되고 만성염증이 진행되게 된다. 대사성 지방간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Fatty Liver Disease),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이 만성염증과 밀접하게 연관된 질환들이다. 과도하게 축적된 지방이 문제를 유발하는 것이다. 또한 과도하게 섭취된 포도당도 또한 지방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위의 병리적 증상들을 유발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지방과 포도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의 주 증상인 인지 기능 이상과 관련하여서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나 인산화 타우의 적체가 문제가 된다. 흥미롭게도 다른 퇴행성 신경 질환인 파킨슨 병 (Parkinson’s disease)과 헌팅톤 병 (Huntington’s disease, 유전병의 일종으로 국내에서는 무도병이라고 불리운다)의 주요 병리적 원인 또한 비정상적인 단백질, 각각 알파시누클레인 (α-synuclein)과 헌팅틴 (huntingtin)의 축척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적절하게 제거돼야 하며 자가포식 (Autophagy)와 글림파틱 시스템 (Glymphatic system)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두뇌항상성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영양공급보다 “청소 시스템의 복원”을 통해 비워내야 한다.

또한 암세포도 이와 유사한 원리로 분류할 수 있다. 암세포는 생존과 증식을 위해 단백질과 지질을 빠르게 합성하며 또한 여러 자원들을 무차별하게 흡수하기 위하여 주변에 혈관신생 (angiogenesis)을 유도한다. 모두 뭔가를 “비정상적으로 채워버리는” 동화작용이다. 암세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이화작용을 강하게 활성화해야 한다. 암세포에게 축적은 곧 성공을 의미한다. 암세포를 굶겨야 우리가 살 수 있다.

이처럼 회복의 관점에서 이화작용이 필요한 경우는 “얼마나 잘 비워낼 수 있는가”가 관건으로 소모와 분해가 핵심이다. 적절한 운동과 수면을 확보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간헐적 단식과 같은 열량 제한 또는 특정 효소 (AMPK)를 활성화시키는 소재를 복용할 수도 있다.

회복력의 의미: 채울 것인가 vs 비울 것인가

현대인의 생활환경은 구조적으로 동화작용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하루 세끼 이상의 지속적인 영양 공급, 정제 탄수화물 중심의 고혈당 식단, 가공식품의 범람, 운동 부족은 인슐린 등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저장과 축적 중심의 대사를 강화시킨다. 여기에 만성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까지 더해지면, 자가포식 (autophagy)과 글림파틱 시스템 (glymphatic system)과 같은 이화적 청소 시스템은 점차 기능이 저하된다. 결국 현대인의 몸은 “끊임없이 채워지지만 충분히 비워지지 못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반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화는 또 다른 방향의 문제를 만든다. 노화는 근육, 뼈, 피부, 관절과 같이 신체를 지탱하는 구조물의 소실을 유발한다. 즉 노화는 비가역적인 이화작용이 우세해지는 과정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합성과 재생, 즉 동화작용이 필요해진다.

결국 회복은 단순하지 않다.

무조건 채운다고 해결되지 않으며, 무조건 비운다고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비만과 대사질환, 알츠하이머병 그리고 암에서는 비워내는 능력이 중요하고, 피부 건강, 근감소증과 골다공증에서는 다시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는 분해와 제거가 회복이 되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합성과 재생이 회복이 된다. 따라서 회복력이란 단순히 “잘 버티는 힘”이 아니다. 회복력이란, 생체가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상황에 따라 동화작용과 이화작용을 유연하게 전환하여 항상성을 복원하는 능력이다.

부족하면 만들고, 과하면 제거하며, 손상되면 재생하고, 적체되면 청소한다. 이것이 바로 회복력의 진정한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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