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힘"이다. 이 개념은 심리적 강인함을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쓰이지만, 사실 우리 몸도 똑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우리 몸은 손상을 입었을 때 스스로 균형을 되찾으려는 능력, 즉 항상성 (homeostasis)을 갖고 있다. 상처가 아물고, 열이 내리고, 피로가 회복되는 것 모두 항상성 덕분이다. 반대로 이 균형이 무너진 상태가 바로 질병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이 회복력이 조금씩 약해진다는 것이다. 20~30대에는 밤새 무리해도 잠 한숨 자고 나면 거뜬했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세포가 수면 중에 활발히 재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40대를 넘어서면 세포의 항상성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회복이 더뎌지고, 작은 자극에도 염증 반응이 쉽게 일어나며, 그것이 쌓여 만성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중년 여성의 경우, 난소의 노화가 여성 호르몬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불규칙한 생리, 안면 홍조, 발한, 거친 피부와 모발, 빈맥, 불안, 불면, 피로, 기억력 감퇴, 질 건조 등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뿐만이 아니라, 에스트로겐은 파골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갱년기에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파골 세포가 활성화되어 칼슘이 뼈에서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결과적으로 골밀도가 떨어져 골다공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에스트로겐 감소에 따른 대사의 변화가 일어난다. 섭취한 탄수화물이 에너지로 쓰이기보다 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되는 비율이 높아지니, 당뇨, 비만 같은 대사 증후군 그리고 유방암 위험성에 노출될 확률이 더 올라간다.

그림1.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한 갱년기 여성 몸의 변화 (AI생성이미지)
필자 역시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몸의 변화를 실감한 건 작년이었다. 세 가지 증상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이유 없이 확 달아오르는 안면 홍조와 발한, 밤마다 뒤척이는 수면장애, 그리고 아무리 먹는 걸 줄여도 좀처럼 빠지지 않는 뱃살—내장지방의 증가였다. '아, 이게 바로 갱년기구나.' 머리로만 알던 그 단어를 몸으로 처음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증상은 몇 달 만에 없어졌다. 해결의 실마리는 의외로 단순한 습관 변화에 있었다. 먼저 수면부터 손봤다. 자다가 자꾸 깨는 수면 장애는 다음날 일하는데 너무 많은 지장이 있었다. 자기 전 습관처럼 들여다보던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이 오지 않는 밤엔 책을 펼쳤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수면의 질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업무와 육아에 치여 '내일부터’ 미루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 세 번 이상 꾸준히 했다. 처음 1개월은 뱃살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자, 꿈쩍도 하지 않던 뱃살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몸의 상태가 좋아지니 얼굴이 갑자기 확 달아오르는 안면 홍조의 증상도 금세 사라졌다.
내가 겪었던 갱년기 경험을 토대로 40대 여성의 회복탄력성을 위한 건강 수칙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1. 1년에 한번 건강 검진 - 고혈압, 당뇨, 암 등의 성인병의 조기 발견과 관리
40대 이상이 되면 1년에 한번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간 기능, 암 검사 등 주요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다. 고혈압, 당뇨, 암 같은 성인병의 원인은 가족력이 중요한 인자 중 하나이므로, 해당 질환의 가족력이 있다면 40대 이후부터는 검진을 통해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고혈압과 당뇨는 초기에 발견하면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위암과 대장암은 1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를 넘는다.
우리 몸은 하루에도 수천-수만 개의 초기 암 세포가 만들어진다고 추정되고, NK세포나 T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암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초기 발견이 어렵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안젤리나 졸리가 BRCA1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어 예방적 유방 절제술을 시행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갱년기 여성의 경우, 1년에 한 번 유방과 자궁 초음파 검사를 통해 유방암, 자궁근종, 난소 낭종 등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 가족력이 있거나 폴립이나 양성 종양이 있는 경우, 암 표지자 혈액 검사로 암의 가능성을 간단하게 선별할 수 있다 (예-난소암: CA-125, 갑상선암: Calcitonin, 폐암: Cyfra 21-1).
2. 일주일 3번 이상 유산소 운동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댄스처럼 온몸을 함께 움직이는 전신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3번, 한 번에 30분씩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한다. 유산소 운동은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등 체성분을 개선한다. 동시에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혈당 조절을 돕고,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아디포넥틴 수치를 올려 대사와 염증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갱년기에 쉽게 무너지는 식욕 조절 능력도, 운동을 통해 렙틴 저항성이 개선된다.
실제로 12주 동안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실천한 폐경기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비만과 대사 증후군은 물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줄어들었고, 갱년기 증상도 한결 완화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갱년기와 폐경기를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 전신 유산소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운동을 하면 기분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과 통증을 줄이고 행복감을 높이는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스트레스의 적절한 해소와 멘탈 관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3. 식이요법 추천
갱년기에는 몸이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식사량이나 운동량이 크게 변하지 않아도, 예전보다 살이 잘 찌고 특히 복부에 지방이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전환되어 저장되는 비율이 늘어나니 흰 쌀밥, 흰 빵, 과자 같은 정제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식사할 때 식이섬유와 단백질 먼저 섭취하면 포만감이 늘고, 탄수화물과 지방의 양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시간이 없는 아침에 필자가 추천하는 메뉴는 삶은 계란과 올리브유를 함께 먹는 것이다. 달걀 노른자는 비타민 A, D, E, K 및 루테인, 지아잔틴 등 지용성 영양소가 풍부한데 올리브유와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증가되고 포만감도 오래 유지된다.
우리 몸은 60%의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은 체내에서 노폐물 배출을 원활하게 돕고 세포의 재생과 순환에도 관여한다. 특히 갱년기에는 에스트로겐 감소로 피부가 건조해지기 쉬운데, 충분한 수분 섭취가 피부 탄력과 보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하루 1.5~2리터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이소플라본은 콩에 풍부한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으로, 구조가 인체 에스트로겐과 유사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다.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이 급감하면서 생기는 갱년기 여러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유방암, 자궁암 등 호르몬 의존성 암의 병력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섭취에 주의해야 하며, 영양 보충제 형태의 고용량 섭취보다 콩, 두부, 두유, 된장 같은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4. 갱년기 여성 건강에 도움 되는 영양제 복용
1) 비타민 B군
비타민 B군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라는 3대 영양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대사 과정 전반에 관여한다. 또한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데도 필수적으로 작용해, 기분과 수면의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항노화 성분 NMN은 비타민 B3(Niacin 또는 Nicotinamide) 계열에서 유래한 물질이다. 비타민 B3가 체내에서 NAD+로 전환되는 과정의 중간물질로, NAD+는 세포의 에너지 생성과 DNA 복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갱년기 이후에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전반적으로 높아진다. 에스트로겐이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그 방어막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호모시스테인은 혈관 내벽을 손상시키는 물질로, 수치가 높아질수록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올라간다. 비타민 B6, B12, 엽산은 혈중 호모시스테인 수치를 낮추는 데 관여하며, 이를 통해 혈관 손상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비타민 B군은 각 성분이 서로 상호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 가지씩 따로 복용하는 것보다 B군 전체가 균형 있게 배합된 종합 비타민B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2)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D+비타민K2
갱년기 여성은 골다공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임신 출산기에 이어 칼슘의 보충이 중요한 때이다. 칼슘의 흡수를 위해 마그네슘, 비타민 D와 함께 함유된 제품을 추천하다.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이 흡수되는 것을 돕고, 마그네슘은 칼슘과 함께 뼈의 구성 성분으로 작용하며 칼슘 대사를 조절한다. 요즘에는 칼슘이 뼈에 결합하도록 도와주는 비타민 K2가 같이 들어있는 제품이 나온다. 칼마디+비타민K2까지 함유된 복합 제품을 선택하면 칼슘을 보다 효과적으로 복용할 수 있다.
3) 혈관 건강을 위한 불포화 지방산 오메가3
혈관에 쌓인 나쁜 콜레스테롤 (LDL)은 산화되어 혈관을 좁혀 동맥 경화를 유발한다. 이는 결국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관상동맥 질환, 뇌혈관에서 뇌출혈, 뇌졸중의 위험을 높인다.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흔히 복용하는 스타틴 계열 약물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간의 LDL 수용체를 늘려 혈중 LDL을 간으로 끌어당겨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오메가3 같은 불포화 지방산은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높여 혈관에서 산화된 LDL을 간으로 운반하여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혈관 염증을 억제하고 혈전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오메가3는 생선에서 추출하는 과정에서 중금속이나 산화 물질이 혼입될 수 있으니 원료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품이 좋다. 오메가3 전체 함량이 아니라 EPA+DHA 합산 함량을 봐야 하며 합산 함량이 500mg 이상을 권장한다. 오메가3 특유 생선 비린 냄새가 부담스럽다면, rTG형(재에스테르화 중성지방) 오메가3를 선택하면 흡수율이 높으면서도 냄새가 적다.
글을 마치며, 40대 이후 여성에게 찾아오는 갱년기는 몸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며 50대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정기적인 검진으로 성인병을 초기에 발견하고, 운동과 식단, 그리고 필요한 영양소를 꾸준히 챙기는 것만으로도 몸의 회복탄력성은 충분히 높아질 수 있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작은 습관이 앞으로 건강한 삶을 만들 것이다.
참고 문헌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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