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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편한 매거진 · 2026년 6월호 · 인간은 왜 중독되는가

인간은 왜 중독되는가

어두운 탁자에 앉아 두 손으로 이마를 감싼 여성과 물병·유리잔

약국에서 바라본 ‘기울어지는 마음들’

요즘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무언가에 기대고, 또 금방 그쪽으로 기운다. 그게 꼭 거창한 문제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일상적이라서, 이상하다고 느끼기 어려운 정도다. 약국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본다. 피곤하다고 말하며 들어오는 사람들, 집중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 말들은 각각 다른 문제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비슷한 결로 모이기 시작한다.

“요즘 계속 뭔가에 기대게 되는 느낌이에요.”

이 말을 직접적으로 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행동은 비슷하다. 카페인을 늘리고, 영양제를 바꾸고, 잠을 돕는 무언가를 찾는다. 그리고 동시에 스마트폰을 더 자주 들여다본다. 무언가를 끊는 방향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계속 채우는 방향이다.

중독이라는 단어는 보통 무겁게 쓰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극단적인 형태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더 흔한 건 ‘끊지 못하는 상태’라기보다 ‘계속해서 그쪽으로 기울어지는 상태’에 가깝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이나 감각, 혹은 물질에 완전히 지배당한다기보다, 점점 익숙해지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처음에는 선택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선택처럼 느껴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은 단순한 기호였다가 어느 순간 하루의 리듬이 되고, 스마트폰은 편의를 위한 도구였다가 어느 순간 손이 먼저 움직이는 대상이 된다. 이 과정은 급격하지 않다. 아주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중독을 설명할 때 흔히 도파민 이야기가 등장한다. 뇌의 보상 시스템, 자극과 반응, 반복 강화 같은 단어들이 붙는다. 물론 이런 설명은 틀리지 않는다. 다만 실제 사람의 삶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흐릿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무언가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히 ‘쾌락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 어떤 상태를 견디기 어려워서인 경우도 많다. 조용한 상태, 아무 자극도 없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 이런 상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낯설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무언가를 찾는다.

아주 작은 자극이라도, 익숙한 리듬이라도. 결국 중독은 특정한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비어 있는 상태를 어떻게 다루는가’의 문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약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이 패턴은 더 선명해진다. 어떤 사람은 피로를 호소하고, 어떤 사람은 집중력 저하를 말하고, 어떤 사람은 불면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공통된 흐름이 느껴질 때가 있다.

“요즘 계속 머리가 쉬지를 못해요.”

이 말은 단순한 증상 설명이라기보다, 상태에 가까운 말이다. 몸이 아니라 생각이 계속 움직이고 있는 상태. 멈추는 감각이 사라진 상태. 그런 상태에서는 무언가에 기대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된다. 카페인이든, 수면 보조제든, 운동이든, 혹은 스마트폰이든. 방향만 다를 뿐, 모두 비슷한 역할을 한다. 잠깐이라도 균형을 잡기 위한 장치들이다.

중요한 건, 이런 의존이 반드시 나쁜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운동에 몰입하는 사람도 있고, 일을 통해 리듬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공부나 창작으로 자신을 붙잡기도 한다. 즉, 인간은 원래 어떤 형태로든 무언가에 기대면서 살아간다. 완전히 독립된 상태로 존재하기보다, 외부의 무언가를 통해 균형을 잡는 방식에 더 가깝다. 문제는 ‘중독 자체’라기보다, 그 균형이 한쪽으로 과하게 기울어졌을 때 생긴다. 그리고 그 기울어짐은 대부분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아주 천천히, 알아차리기 어려운 속도로 진행된다.

그래서 중독을 바라보는 관점은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끊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지금 내가 어디에 더 많이 기대고 있는지를 보는 일에 가깝다. 어떤 사람은 스마트폰에, 어떤 사람은 일에, 어떤 사람은 관계에,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작은 습관에. 형태는 다르지만, 방향은 비슷하다.

결국 인간은 완전히 자율적인 존재라기보다, 어딘가로 계속 기울어지면서 균형을 잡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로 기울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기울어짐이 너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조금씩 방향을 조정하는 것. 중독은 어쩌면 ‘끊어야 하는 문제’라기보다 ‘균형을 다시 찾는 과정’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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