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우울하신가요? 저도 가끔은 우울합니다.
아니 때에 따라 자주 우울하곤 합니다. 우울증, 마음의 감기입니다. 즉 자연스럽게 오고 갈 수 있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우울증이란 질병으로 판정 받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도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증상으로 실제 전 인류의 10-20% 정도가 우울증을 겪고 있고, 그중 10-20%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울증은 분명히 진단과 치료가 되는 병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 방문 및 심리 상담이 아직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우울증 유병률은 미국의 반이지만 자살률이 미국의 2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울증이 항상 극단적인 선택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둘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고 우리나라의 통계는 어딘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우울증 원인이 무엇일까요?
그 원인은 현재까지 분명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기전들과 우울증의 상관관계 및 인과관계를 입증하고자 많은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단가 아민 가설(monoamine hypothesis), 만성 스트레스 가설(chronic stress hypothesis), 신경가소성 가설(neuroplasticity hypothesis), 그리고 후생유전학 가설(epigenetic hypothesis) 등이 대표적인 우울증 유발 가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발표되는 논문에 의하면 만성 염증이 우울증을 촉발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쌓여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을 간단히 종합해보면 급만성 스트레스, 트라우마와 같은 자극은 뇌내에 glutamate 농도가 증가하고 glutamate가 NMDA (N-methyl-D-aspartate) 수용체를 통한 흥분성 신경자극을 유발시키게 되는데 이러한 비정상적인 신경신호는 신경손상을 유발하고 신경가소성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결과적으로 신경손상은 신경전달물질인 단가아민(monoamine)의 절대농도 또는
감수성(sensitivity)를 떨어뜨려 정상적인 신경전달을 저해하여 우울 또는 불안장애가 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평소 만성 염증상태에 빠져 있다면 우울증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것은 각 가설들의 병리기전을 파악하여 단순화하여 설명한 것이고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가 새로 업데이트 된다면 추후에 또 지면을 활용하여 정리하겠습니다.
위의 병리적 상황을 유발하는 요인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유전적 요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실제 우울증은 가족력이 있으며 문헌에 따르면 유전에 의한 영향이 50%가 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모두 주요 우울장애를 가질 확률이 약 40-50%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 참고로 이란성 쌍둥이는 20-30% 정도 된다고 합니다.
또한 비유전적 요인, 즉 환경적 요인도 작용한다고 합니다.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대표적인 원인이며 심각한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정서적 방임, 부모의 사망 또는 이혼 등이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 직장 내 스트레스, 대인관계 갈등 등의 만성적 스트레스와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 이혼, 실직 등 생활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 등도 우울증의 트리거로 작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은 치료가 되는 질병입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우울증 치료제는 주로 신경전달물질인 단가아민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성분들입니다. 물론 효과도 입증되어 있고 예후도 좋은 편입니다.
또한 최근 우울증 관련 연구는 신경가소성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흥분성 신경신호를 유발하는 NMDA 수용체를 억제하는 케타민(ketamine)이 전임상, 임상시험에서 우울증 개선 효과가 입증되어 신경가소성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우울증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가설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단, 케타민은 환각을 유발하는 마취제로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실제 우울증 치료제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관련된 성분들이 곧 개발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우울증을 진화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전적 요인도 강하고 관리가 안되면 사망률도 무시를 못하는 질병이 우울증입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삶의 의욕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울감이 강한 사람은 출산율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어느 시점에서는 우울증이 걸린 사람들은 거의 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해마다 우울증의 유병률은 줄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 진화적인 관점에서 우울증은 개체 또는 집단의 생존을 위한 기제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첫째, 개체내의 문제해결입니다.
어떠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면 각 개인들은 어느 순간에 그 문제를 회피하게 된다고 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본인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즉 본인의 생존을 위해 직면한 상황을 회피하게 되고 무기력해지고 극도로 우울해지면 본인을 고립시키게 됩니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당연히 육체적 통증을 피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신적 고통도 다르지 않고 일단 호랑이가 물러갈 때 까지 숨어서 기다리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은 우울증과 극단적인 선택과 강한 상관관계게 있다는 점에서 모순이 됩니다. 개체가 생존을 하기 위해 작동된 기전이 결국 개체를 죽음에 까지 이르게 할 수 도 있으니 말입니다.
둘째, 사회체계 내에서의 문제해결입니다.
사회내에서 패배감을 맛본 개체들이 사회시스템에 순응을 하기 위한 기제로 우울감이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순위 가설 (Social rank hypothesis)이라고도 불리는 이론이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계급사회에서 순위싸움에 밀려난 개체들은 상위 개체들에게 복종하게 되고 무력감, 절망, 열등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여 사회체계에 순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회피가 아니라 현재 순간에 본인의 추가적인 해를 입지 않도록 함으로 추후에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즉 중장기적으로 이득을 보기 위한 행동양식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 이론도 우울증과 극단적인 선택과의 상관관계는 정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셋째, 유전자적 측면에서 문제해결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것은 본인들의 생존의 측면에서는 유리한 면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면 본인들의 유전자를 승계한 자식들의 생존은 궁극적으로는 본인의 유전자를 보전한다는 입장에서는 자식들을 잘 양육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이와 같이 여러 측면에서 적응에 실패한 개체들이 우울감을 갖게되고 또한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적응에 성공한 개체들에게 남은 자원을 소위 “몰빵”을 할 수 있어서 큰 틀에서는 유전자의 계승의 측면에서는 유리하다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세포사멸론에 빗대기도 합니다. 우리 신체에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세포들은 자가세포사멸(apoptosis) 현상에 따라 세포가 자연스럽게 사멸되며 남은 단백질 등의 자원들은 다시 재흡수되어 생명활동에 사용됩니다.
감정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매우 잔인한 선택이나 유전자는 감정이 없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리차드 토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에서도 자 서술되었듯 그냥 유전자 복제에 있습니다. 그 복제의 과정에서 필요없는 개체들을 제거하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 우울증이라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우울증과 개체의 죽음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이론도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울증에 대한 진화론적 접근은 흥미롭습니다. 우울증은 굉장히 다양한 요소들이 관여하고 있고 특정원인을 딱 집어 이야기하기 어려운 질병입니다. 그러나 우울증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합니다. 본인이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관리를 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변에서도 우울감을 보이는 지인들이 보이면 관심을 갖고 잘 챙겨줘야 합니다. 본인이 이상하다고 생각이 되면 주저말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마음의 감기, 그렇지만 방치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우울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누구나 넘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어나면 그만입니다. 모두 힘내시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