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최근 혈당 스파이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회자하고 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후에 혈당이 치솟는 현상을 말하며, 특히 당, 정제당이 주로 포함된 식품 (GI 지수가 높은 식품)을 섭취했을 때 주로 관찰됩니다. 혈당 스파이크는 우리 건강에 적으로 간주하면서 비만에 취약하게 하고 당뇨를 유발하며 여러 성인병의 원인으로 새로운 빌런으로 떠올랐습니다. 또한 연속 혈당측정기의 대중화로 이러한 논의가 더욱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혈당 스파이크는 정말 나쁘기만 한 현상일까요?
진화론적 관점에서 혈당 스파이크
첫 번째, 에피소드
수만 년 전, 한반도 북부 어느 초원, 한 무리의 호모사피엔스는 현재 2시간째 사슴을 쫓고 있습니다. 호모사피엔스는 단시간에 사슴을 쫓아갈 수는 없으나 이들의 지구력은 사슴의 순간적인 스피드를 극복합니다. 물론 매번 사냥에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호모사피엔스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상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슴과의 거리가 줄듯 줄지 않습니다. 그러나 호모사피엔스 무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며칠간 굶은 가족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앗! 추적 중에 잘 익은 열매를 발견합니다. 이들은 얼른 교대로 열매를 따서 먹으면서 계속 쫓아갑니다. 열매를 먹으니 금방 힘이 납니다. 다시 달립니다.
결국 사슴은 호모사피엔스 무리 리더의 돌팔매질에 상처를 입고 곧 잡힙니다. 이들은 사슴을 둘러메고 의기양양하게 마을로 향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며칠 전, 사슴을 성공적으로 사냥을 한 호모사피엔스 무리는 식량이 거의 다 떨어졌을 무렵 다시 사냥에 나섭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이동 하므로 저장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먹을 것을 해결하고 필요에 따라 사냥합니다.
나섭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이동 하므로 저장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먹을 것을 해결하고 필요에 따라 사냥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운이 없나 봅니다. 며칠 굶어 보이는 호랑이 한 마리와 맞닥드리게 됩니다. 경험이 많은 무리의 리더는 호랑이의 눈을 주시합니다. 그러면서 간간이 주변 동료들과 눈으로 대화합니다. 그들은 매번 사냥에 나올 때마다 몇몇 상황이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미리 약속을 해왔습니다. 오늘이 그 작전을 수행해야 할 순간입니다.
모두가 머릿속에서 약속된 행동을 떠올립니다. 근육에 힘이 들어가며 심장은 요동을 칩니다. 리더의 “아~~~~~~~~!!” 라는 외침과 함께 그들은 전속력으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희생자가 안 생길 수 없지만 이러한 모험은 경험적으로 최소한의 희생으로 상황을 마무리될 거란걸 가르쳐 주었습니다.
오늘은 운이 좋았습니다. 만났던 호랑이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약속된 장소에 모두가 무사히 모였습니다. 일단 이들은 다시 마을로 철수합니다. 내일은 사냥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면서 이들은 웃을 수 있었습니다.
자, 뜬금없이 2가지 에피소드를 상상해 봤습니다. 과연 우리가 혈당 스파이크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정말 건강에 나쁘기만 한 현상일까요?
혈당 스파이크,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를 보면 “식후 혈당 스파이크”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호모사피엔스는 생존을 위해서 혈당 스파이크를 진화의 산물로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진화는 방향이 없습니다. 우리의 선조들 중 혈당 스파이크가 두드러진 집단과 혈당스파이크가 두드러지지 않은 집단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두 집단 중 어느 집단이 성공적으로 자손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한잔약사의 답은 혈당 스파이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집단이 생존에는 더욱 유리했다고 봅니다. 호모사피엔스는 특히 다른 영양소보다는 당을 단시간안에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으며 특히 섭취부터 흡수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래야 단시간 안에 흡수된 당, 특히 포도당을 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순간 스피드는 다른 동물에 비해 약했지만 지구력이 강했던 호모사피엔스는 추적하는 중간중간 열매를 따먹으면서, 즉 혈당 스파이크를 이용하여 힘을 얻고 결국에는 사냥에 성공하였을 것입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스트레스에 의해 호르몬에 의해 유발된 혈당 스파이크를 이용한 사례입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해 급격하게 혈당이 올라가게 됩니다. 포도당은 에너지로 대사되어 순간적으로 근육을 이용할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우리의 두뇌는 오직 포도당만을 연료로 사용합니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잘못된 판단은 치명적입니다.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된 혈당스파이크는 짧은 시간안에 두뇌기능을 높이게 됩니다. 집중하고 과거 경험을 끄집어 냅니다. 결국 우리 선조는 혈당 스파이크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자, 진화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혈당스파이크는 우리 선조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였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집단들은 성공적으로 그들의 유전자를 후대로 전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는 혈당스파이크에 고마워해야 합니다.
현대인들에게 빌런이 된 '혈당 스파이크'
하지만 현대에는 혈당 스파이크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속적으로 혈당 스파이크가 높은 제품만을 섭취한다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기 쉽고 이는 비만으로 쉽게 빠질 수 있는 체질로 변화하는 대사증후군에 빠지게 되고 당뇨병 등 성인병에 취약해지게 됩니다. 엄밀히 말하면 혈당 스파이크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다만 환경이 많이 바뀐 것이죠.
현대인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식품들이 정제당이 포함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혈당 스파이크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가파르게 올리게 됩니다. 생각을 해보면 보통 과실이나 뿌리 형태로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되면 거기에 함유된 식이섬유 등과 같이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정제당으로 섭취할 때보다는 혈당 스파이크가 생기게 돼도 적당하게 시간을 두고 적당하게 가파른 형태를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성장기 또는 고령층이 아닌 건강한 성인의 경우는 실내 활동을 한다면 하루 3끼는 너무 많은 영양분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경을 고려해 보면 과거에 비해 과영양화되고 운동량을 줄어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혈당 스파이크에 대한 부담이 늘어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우리 신체가 진화적 산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시스템보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이 우위에 있는, 비만은 숙명일 수밖에 없는 현실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우리는 혈당 스파이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등산과 같은 장시간 운동을 할 때, 단시간에 여러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수험생들의 시험기간 또는 직장인들의 보고서 제출 등에는 혈당을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초코바나 사탕 같은 경우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단시간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수 있습니다. 물론 당뇨병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는 경우는 주의해야 합니다.
마치며, 혈당스파이크에 대한 변명
혈당 스파이크는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시스템입니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현재는 나쁜 빌런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혈당스파이크 입장에서는 억울할 노릇입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수십만 전에 출연하고 인류가 농경사회를 시작한 지 약 1만 년, 약 300년 전 산업혁명, 그리고 현재 4차 산업혁명으로 급속한 발전 과정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호모사피엔스가 농경사회를 시작한 것이 호모사피엔스 전체 역사에서 약 95-99%가 흐른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즉, 우리 몸은 채집, 수렵사회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원시인처럼 사는 게 건강에 좋다는 건 여러 컬럼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렇게 진화의 관점에서 인류가 자연 선택압에서 어떻게 진화해왔고, 또한 인류 자신이 만들어낸 기술에 의해 또 다른 인위적 선택압을 겪는가를 잘 고려하여 영양학적인 고찰을 해야 합니다. 우리 신체 시스템에는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혈당 스파이크와 같은 현상을 입체적으로 고찰하여 현시점에서 인류가 생존에 유리한 방향의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도 인류는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응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는 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