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는 2024년 10대 소비 키워드 중 하나로 도파밍이라는 단어를 선정하였습니다. 도파민 (Dopamine)을 파밍 (Farming)한다는 의미로, 게임에서 아이템을 모으듯 자극과 재미를 모은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도파민 중독, 도파민 디톡스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됩니다. 도파민이 마치 쾌락과 중독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파민은 실제 쾌락과 중독을 일으키는 악의 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인체에는 약물 남용과 중독에 관련되어 대표적인 3가지 신경계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Opioid 시스템, GABA 시스템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오늘의 주인공 도파민 시스템입니다.
Opioid 시스템은 우리가 흔히 엔도르핀이라고 알고 있는 신경전달물질을 중심으로 통증을 가라앉히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 시스템이고, GABA 시스템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GABA를 중심으로 스트레스 감소, 수면 유도, 근육 이완 등 신경 흥분을 진정시키는 시스템입니다.
도파민 시스템은 보상, 동기부여, 학습 및 운동기능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원하는 보상을 얻었을 때 도파민이 분비되어 의욕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예상 이상의 보상을 받았을 때 많이 분비되어 도박 중독 등에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Fig. 1. 도파민의 화학구조
Panksepp 등이 2007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도파민은 단순한 쾌락물질이 아닙니다. 도파민은 동기부여, 학습, 인지 기능 등에 근간이 되는 SEEKING 시스템의 핵심 물질입니다. SEEKING 시스템이란 생존에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찾게 만드는 본능적 정서 상태로 정의됩니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1차원적인 쾌감보다는 성취, 만족감 같은 넓은 의미에서의 쾌감을 얻게 됩니다. 이에 더하여 무언가를 얻고 싶고, 찾고 싶고, 추구하고 갈망하게 만드는 감정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도파민은 꼭 보상을 받는 상황에서만 분비되는 것이 아닙니다. 스트레스, 위협, 불안한 상황에서도 특정 신경계에서 활성 변화가 나타납니다. 이에 따라 SEEKING 시스템이 활성화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박을 하면서 빚이 생기고 불안하고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뇌는 도파민을 포함한 여러 신경계 변화를 유발하여 SEEKING 시스템이 더욱 활성화되고 도박을 다시 하게 되는 것입니다. 도파민은 단순한 쾌락 물질이 아니라 행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감정 및 정서를 조절하는 물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Everitt과 Robbins의 2008년 논문을 통해 SEEKING 시스템이 활성화된 이후의 과정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 중독은 “과도한 습관”으로 정의합니다.
처음 중독적인 행동을 시작할 때는 보상, 쾌감, 동기부여 등과 관련이 있는 복측 선조체 (Ventral striatum)의 도파민 회로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도파민에 중독되었다”고 표현할 때 이야기하는 회로가 바로 이 복측 선조체의 동기·보상회로입니다.
계속 중독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복측 선조체에 위치한 도파민 회로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학습, 습관형성과 관련이 있는 배측 선조체 (Dorsal striatum)의 도파민 회로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게 됩니다. 배측 선조체의 도파민 회로를 습관·자동화회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 통제 회로의 중심 이동을 통하여 처음에는 즐거움, 재미를 위하여 한 행동들이 습관적, 자동적으로 하는 행동으로 학습되고 행동을 하지 않으면 불편하고 불안한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행동이 반복되면 강박이 되고 이것이 중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Fig. 2. 복측 선조체에서 배측 선조체로의 전환 과정
앞선 도박의 예로 이야기해보면 스트레스와 불안의 상황이 지속되어 만성화가 되면 뇌는 이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배측 선조체에 고착화된 도박이라는 자동적 습관을 반복적이고 강박적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두 논문의 내용을 정리하면 SEEKING 시스템이 과활성화 되었고 이로 인하여 습관이 고착화되었으며 행동 통제 기능의 저하가 함께 나타날 때를 중독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에 도파민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즉 처음에는 즐거움과 호기심에 도박을 하고 유튜브 쇼츠나 릴스를 보기 시작하지만, 반복되면 즐겁지 않아도 계속 찾고 추구하게 되는 상태로 바뀌는 것입니다.

Fig. 3. 도박을 예시로 한 도파민 회로의 이동
그렇다면 위의 과정으로 만들어진 습관회로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까요? 최근 연구들은 뇌의 도파민 회로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Chung W.S 등이 2025년 발표한 논문은 직접적으로 중독에 대한 논문은 아니지만, 도파민이 신경 회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꾸준한 운동 학습을 하면 도파민이 작용하여 운동과 관련된 신경 시냅스는 강화되고 불필요한 신경 시냅스는 제거됩니다. 이러한 신경 시냅스 리모델링이 축적되면서 운동능력이 향상됩니다. 즉, 도파민이 신경 회로의 재구성을 돕고 학습 효율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도파민을 통하여 운동과 관련한 신경 시냅스의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면, 유사한 기전이 습관과 중독 회로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형성된 습관 회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중독을 습관이 강화된 상태라는 관점에서 뇌와 신경계의 리모델링에 도파민이 작용한다면, 중독 행동 교정을 위하여 중독 행동을 건강한 습관으로 덮어쓰기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존에는 과학적 의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소위 도파민 디톡스라고 불리는 자극적 행동을 줄여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하여 습관을 재조정하려는 시도가 추천되었습니다. 이제는 자극적 행동의 회피에서 더 나아가 중독적 행동 습관을 새롭고 건강한 습관으로 덮어씌우는 노력을 시도해보는 겁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도박을 하거나 유튜브 쇼츠, 릴스를 보는 등의 중독적인 행동을 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위하여 “5분 동안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산책하기”나 “가벼운 운동하기” 같은 건강에 좋은 행동을 실천해보는 것입니다.
가벼운 운동 같은 작은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이 행동을 지속하게 할 것이고 이러한 행동이 쌓여서 습관화되면 중독적인 행동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물론 습관, 중독 회로는 일반적인 습관보다 고착화 정도가 더 강해 더 많은 반복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신경 회로의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중독 회복의 목표는 도파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도파민이 작동하는 방향을 건강한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Fig. 4. 습관 덮어쓰기
참고 자료
1. Alcaro, R. Huber and J. Panksepp. Behavioral Functions of the Mesolimbic Dopaminergic System: an Affective Neuroethological Perspective. Brain Res Rev. (2007) 56(2): 283–321
2. J Everitt. D Belin. D Economidou. Y Pelloux. J. W. Dalley and T. W. Robbins Neural mechanisms underlying the vulnerability to develop compulsive drug-seeking habits and addiction. Phil. Trans. R. Soc. B (2008) 363, 3125–3135
3. YJ Choi. YL Lee. Y Kim. J Jeon. JI Kim and WS Chung. Motor learning and dopamine-dependent striatal synaptic plasticity are controlled by astrocytic MEGF10. Nature Communications (2026) 17: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