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세대에는 일에 올인하는 것을 은근히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늦은 퇴근을 자랑하고
주말에도 자처해서 근무하며 회사/조직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온 것입니다.
이제는 워라벨(Work-Lifebalance)이 직장인의 중요한 덕목이 되었습니다.
즉, 일과 삶(생활)을 분리하여 적절하게 균형을 맞춘다는 의미입니다.
일할 때는 일하지만 삶에 충실하게 임하면서 휴식과 여가활동을 하게 되니 건강에도 긍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워라하”, “워라인”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워라하(Work-Life Harmony)는 일과 삶을 적절히 분배하여 모든 삶의 영역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유연근무제를 통하여 본인 스스로 일과 삶을 분리하여 시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기계적으로 일과 삶의 시간을 구분하며 균형 맞추려는 워라벨과 달리, 유연하고 조화롭게 일(근무시간)과 삶(생활 및 여가)을 스스로 정하여 배치하는 것입니다. 근무 요일이나 시간이 유연하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한편,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은 아예 일과 삶의 경계가 없이 자유롭게 업무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과 삶을 다른 관점에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재택근무가 적절한 예입니다. 일하는 시간이나 근무 위치에 중점을 두지 않고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역할을 감당하면서 때로는 육아나 집안일을 챙기면서 일합니다.
일과 삶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재택근무제와 유연근무제를 적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재택근무/유연근무를 통해서도 거의 이전과 동일한 업무 효과를 볼 수 있는 업종들의 경우는 코로나가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를 병행하여 현장 근무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연 워라벨이 좋은 것일까요 아니면 워라인이 좋은 것일까요?
물론 업종에 따라서, 개인에 따라서, 집안 사정에 따라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호소하는 한 두가지 예를 보면 워라벨과 워라인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어린 자녀가 있어서 육아에 늘 신경이 쓰이는 30 초반 직장 여성입니다. 그동안 육아 도우미 또는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린 자녀를 육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상당 기간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손수 육아도 담당하며 집안일도 하면서 출근할 필요 없이 업무 진행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계속 이어지면서 육아도, 집안일도, 업무도 뒤섞여지고 힘들어지는 어려움이 찾아왔습니다.
재택근무 형태지만 업무량은 여전한데, 육아와 집안일이 뒤섞여 있어 혼란과 피로감은 서서히 가중되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워라벨”이 필요합니다.
정해진 근무시간에 일을 하고 그 외에는 삶의 현장으로 복귀하여 휴식을 갖고 집안일/육아를 감당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둘째로, 재정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40 초반 직장 남성입니다. 그에게는 휴직 중인 아내와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 중인 초등학교 자녀 둘이 있었습니다.
막상 집에서 재정 관련 수치들을 보며 세밀한 일을 해야 하는데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 방을 자꾸 들어왔고,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가족이 같이 있으니 좋았지만 업무적으로 도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할 수 없이 그는 일정 기간 원룸을 빌렸고, 아침에 출근하듯이 원룸에 가서 일을 하고 퇴근시간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 이상한 재택근무 방식으로 근무하였습니다. 회사에는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였지만 원룸으로 출근하면서 일과 삶을 분리하였으니 사실 “워라벨” 방식으로 근무한 것입니다.
업종이나 일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 일과 삶을 같이 진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이라서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일에 올인하는 예전 방식에서 워라벨로 넘어왔지만, 현재로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유연근무로 대표되는 워라하(WorkLife Harmony)가 피로감이 덜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일과 삶을 함께 하여도 업무처리가 가능한 영역에서는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이 적용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워라인”은 일과
삶이 뒤섞이면서 피로감이 수반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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