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불안정, 동료들과 충돌, 돌발적인 언행 등으로 상담센터를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어려움이 실제로 “분노조절 장애”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일상 장면에서 간헐적으로 분노/화를 내거나 조절이 어려운 경우입니다.
스스로 욱하는 성격이나 다혈질이라고 말하면서, “누군가 선을 넘었으니 난 참을 수가 없었다.”라고 합니다. 얼굴이 벌겋게 되고, 소리를 지르고, 과격한 행동이 하면 결국 본인도 불편해지기 마련입니다. 



일상에서 분노조절이 잘 안되는 이유는 몇 가지입니다.
첫째, 사회생활에서 내가 자꾸만 참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평화로운 관계를 위해, 내가 조금 양보하면 되니까, 내 맘에 안 들지만 참을 수 있으니까, ‘나 하나만 조금 힘들면, 나 하나만 조용하면 되니까’ 참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심리적으로 ‘참는다’는 것은 없습니다. 커다란 스프링을 손으로 누르면 약간 눌러집니다. 더 깊이 누르면 어느 정도는 스프링이 눌러지는데, 더 이상 눌러지지 않게 되면 약간 힘을 빼거나 긴장을 늦추는 순간에 그동안 압축된 만큼 스프링은 튕겨 나갑니다. 내가 그동안 꾹 참았다면, 언젠가 그만큼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신입사원이라서, 중간 관리자라서, 시끄럽게 하기 싫어서, 나 하나 힘들면 되니까 참는다면…. 결국 폭발하는 순간은 찾아옵니다. 꾹꾹 참는 것은 미덕이 아닙니다. 내 의견이나 감정을 적절히 그때마다 표현해야 합니다. 
둘째로, 평소에 적절하게 스트레스 해소를 하지 않으면 조그만 자극에도 격한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관리는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시간이나 활동을 갖는 것입니다. 각자마다 다르고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골프, 축구, 탁구 같은 스포츠 활동이나, 뜨거운 목욕을 하거나, 깊은 숲속에 들어가거나, 매콤한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친한 친구를 만나거나, 음악을 듣거나, 요가를 배우거나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완화되어야 합니다.
일주일에 적으면 1회, 보통 2~3회로 적용해야 합니다. 적절한 쉼과 스트레스 해소가 없으면 누구든지 작은 일에도 짜증스럽고, 화를 내기 쉽고, 날카로워집니다. 



셋째, 내 영역(boundary)을 적절한 선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분노조절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흔히 ‘오지랖이 넓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한 사람이 관여하고 챙기는 영역이 넓다는 의미, 또는 그런 성향이라는 말입니다. 이것저것 챙겨야 하고 관여하려고 하면 많은 심적인 에너지를 소모하여 짜증이 납니다. 예를 들어, 맞벌이 아내로서 직장 생활을 하고, 집안일도 대부분 맡아 하고, 자녀 숙제를 챙기고, 남편 회사에서 힘든 이야기도 들어주고, 시댁에도 자주 가야 하고, 시동생 김치도 담아주어야 한다면… 이런 식으로 챙겨야 할 영역이 자꾸 넓어지면 마음은 지치고 감정이 불안정해지고 분노/화를 낼 확률이 점점 높아집니다. 내가 책임 지거나 관여하는 영역을 적절하게 줄여야 합니다. ‘적절하게(properly)’ 말은 참 좋습니다. 서로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양해를 구하거나, 횟수를 줄이거나, 거절하면서 적절한 영역을 유지해야 합니다.
넷째로, 분노조절이 안되는 다른 이유는 뭐든지 잘 하려는 성향, 또는 완벽주의 성향(tendency of OCD)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뭔가 열심히, 제대로, 철저하게, 확실히 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많은 분들의 성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성향이 심하면, 나 자신에게 화를 많이 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들어 자꾸 부딪히기도 합니다. 나 자신에게 화나는 이유는, 원하는 목표/기대만큼 내가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늘 실망스럽고 만족스럽지 않아 “나 자신이 맘에 안 들어요.”라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분노/화가 나는 이유는, 그들, 또는 상사/동료/회사/가족이 내가 옳다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다른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 자꾸 분노/화를 내게 됩니다. 물론 내 생각이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힘들어도 적절히 조율하면서, 원만하게 이루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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